일상

죽기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2024.07.02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ly 2, 2024)


                                                 "죽기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인생을 어리석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에게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고 고대의 철학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건강하게 뛰어 놀았지만,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돈이 없어 가난한 것만 생각하고 기가 죽어 살았고, 이제는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돈이 있지만, 당뇨가 악화될까봐 겁이 나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형편에 있다. 어떤 백만장자는 혈당 걱정없이 햄버거를 하나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도 들어 보았다. “건강이 재산” (Health is Wealth)란 말은 동서양을 떠난, 보편적인 진리인 것 같다.


며칠전에 60대 후반의 백인 환자의 병실을 방문하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Leonard는 군대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쏘는 본부에 근무하다가,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하기 싫어서 제대를 하고, MRI와 같은 의료기구를 다루는 의료기술자가 되어 중산층으로 잘 살았다고 했다. 팔십만불 상당의 집도 소유하고 있고, 저축한 돈도 구십만불가까이 되는데 정부의 은퇴 연금과 회사연금으로 충분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축해 둔 돈은 손댈 필요가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심장 밸브에 이상이 생겨, 가슴을 절개한 후, 황소의 심장밸브를 이식수술하여 회복중이며, 신장병도 3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신장투석을 하지 않고 20년만 더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남자의 평균수명이 76세란 기사를 읽었는데, 69세인 그 백인신사는 백만불 가까운 돈을 쌓아 두고도 8년 정도 더 살면 인생이 끝난다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는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한 때가 온 것이었다.


다른 병실에 들어가 보니, 67세의 백인이 수염과 머리가 부스스한 차림으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 내가 병원 채플린인데, 들어 가도 되느냐고 물어 보니, 들어 오라고 했다. 그 환자는 지난주에 말기 간암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Michael은 가정형편이 안 좋은지 앞이빨이 서너개 빠져 있어도 임플란트나 틀니를 하지 않아, 백인저소득층의 사람이 아닌가 짐작했다. 내가 암치료를 잘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는 기도를 드렸는데, 내 손을 꼭 잡으며, “기도해 주어 고맙다. 다시 찾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래서 어제 마이클이 어떻게 지내는지 다시 그의 병실에 갔더니, 여자 의사가 마이클에게 말을 하고 있어서 나는 병실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밖에 서 있다가 의사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의사는 마이클에게, “말기 암이라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당장 오늘 내일 중으로 죽지는 않는다. 몇가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으나, 별다른 의미가 없는 치료이고 고통과 불편함이 동반될 수 있으니, 이런 치료를 거부할 자유도 있으니, 그 결정은 가족과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하라. 지금 다리에 혈전이 있어서 피를 묽게 하는 약을 써야 하나, 지금 팔에 피가 나고 있으므로, 피를 묽게 하는 약을 쓰면, 피가 멎지 않는 단점이 있고, 이 약을 안 쓰면, 혈전이 움직이다가 혈관을 막아 심장마비가 올 위험도 있지만, 우선 피를 멎게 하기 위해 이 약을 당분간 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환자가 사형선고의 같은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상심하고 기가 막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떠난 후 내가 들어 가니, 마이클은 실망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피곤해서 쉬고 싶으니, 다음에 오라”고 했다.


채플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중환자실 간호사로 부터 빨리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중환자실에는 47세의 백인남자가 마약 과잉흡입으로 뇌사상태에 있어서, 가족들을 대기실로 안내하여 위로해 주라는 것이었다. 양로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다는, 환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마약을 한 두번 하다가 중독이 되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탄의 눈물을 지었다.


변변한 직업도 없고, 결혼도 안한 노총각이 마약중독에 빠져 마약 과잉흡입으로 쓰러졌는데 늦게 발견되어 병원에 옮겼을 때는 뇌사상태에 이르러, 간호사의 말로는 “회복이 어렵고 오늘 내일 안에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중환자실에는 환자의 몸에 여러 약물이 주입되는 줄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여러 기계가 작동되고 있었으나, 환자는 이미 회생불능의 뇌사상태라 별 의미 없는 의료서비스에 불과한 것 같았다. 나는 환자의 어머니에게, “현대 의학으로 최선을 다해도, 뇌사상태에서의 회생은 불가능한 것 같으니, 아들이 이 세상에서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도록 하나님이 부르신 것 같다. 목숨을 살리도록 사람이 노력을 다 한 후에는 하나님의 섭리에 순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상투적인 위로의 말을 하고 간단한 기도를 드린 후 병실을 빠져 나왔다.


미국에 사는 남자들의 평균수명이 76세라고 하던데, 내가 운이 좋아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해도 1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내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목록 (버킷 리스트)을 작성해 보아야 겠다.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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