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2박3일 일본 여행기”

예수님이 “대접을 받고 싶으면,먼저 대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이 참 옳으신 말씀이구나” 깨닫고 있다.

얼마전에 한국에 휴가 나갔다가,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규슈지방 온천여행을2박3일 다녀왔는데,나 혼자 가려면,괞히 멋적고 돈을 낭비하는 것같아엄두를 못내었을텐데, 83세 되신 어머니에게 온천여행을 시켜 드린다는 미명하에 나도 일본관광을 다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부산에서 쾌속 여객선을 세시간 타고 후꾸오까 항구에 도착한 후,숙소를 향해 가면서 관광버스의 차창을 내다보니,일본은 구석구석 꽃을 심고 다듬어 놓아 어딜가나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한국인 관광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끼치는 일을 하기 싫어 하며,남을 부를 때는 성 뒤에‘상’이라는 존칭어를 붙여 자기는 낮추고 남을 높히는 어법을 쓴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얼마전 인터넷에서 일본 순사가 니뽄도(일본칼)로 조선인 독립투사의 목을 자르는 사진을 본 것이 생각나,일본인의 이중적인 면을 보는 듯 했다.

일본은 도로도 좁고 차도 작다는 인상을 받았는데,관광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일본은 내실(內實)의 문화이고,우리 한국은 체면(體面)의 문화”라고 했다.“흔히 일본은 개인은 가난하고 나라는 부자”라는 말은 하는데,“일본은 개인도 부자고 나라는 더 부자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일본 각 가정의 평균 은행 잔고가 약1억4천만원이며,한국은 각 가정의 평균 부채가 약4천만원이라”고 했다.

이런 형편인데도 일본사람들은 검소하게 소형차를 모는데 비해,한국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큰 차를 타야 체면이 서는 줄 생각하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그런데 은행에 돈을 잠궈 놓는 일본인의 절약정신이 오히려 일본의 경기침체를 가져 왔음으로,가장 바람직한 것은“한국인의 화통함과 일본인의 섬세함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우리 일행은 휴게소의 화장실만 사용하고 일본 특산물 진열장은 한번 쓱 훑어 본 후,하나도 사지 않고 나와 버렸다.그래도 우리가 떠날 때,기모노를 입은 여자 직원들이 우리 한국 관광객들에게,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작별의 인사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 관광 가이드는“저것이 일본인의 힘”이라고 했다.비록 오늘 우리에게는 물건을 못 팔았지만,물건을 안사고 떠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정중히 인사함으로 나중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의 유치에 정서적인 투자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인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한자루씩 품고 있어,경우없이 처신하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자르는데 비해,한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울그락 푸르락 해도 마음이 약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남 규슈지방의 한 해변에는 땅의 열기로 달구어진 검은 모래로 모래찜질을 하는 곳이 있었다.나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하도 뜨거워 겨우10분을 견뎠으나,우리 어머니는 하나도 힘들어 하지 않고 계속 누워 계시는 것을 보고 나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

한번은 우리 호텔에 딸린 온천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중년의 일본 아주머니가 남탕에 청소하러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치 않은 상태라 깜짝 놀랐으나,나중에 관광 가이드를 통해 들어 본 결과,일본에서는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매일 바꿔서 양기(陽氣)와 음기(陰氣)의 조화를 통한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으며,심지어 남녀혼탕도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짧은2박3일간의 일본 여행을 했다고 일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입장은 못되나,내 제한된 시야에 포착된 일본은 깔끔하고,친절하며,속이 복잡하고,전통문화나 국민정서의 틀에 묶여 사는 좀 답답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이지만,지진을 극복하기 위한 내진설계 기술의 세계최고를 자랑하며,화산 폭발의 위험 앞에 늘 노출되어 있으나,오히려 화산열기를 통해 올라오는 온천물로 온천욕을 즐기는 일본인에게서,지옥과 같은 악조건을 천당과 같은 호조건으로 변화시키는 일본인의 강인한 생명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