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락사를 선택할 자유”

2024.07.12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ly 13 , 2024)


                                         “안락사를 선택할 자유”


생전에 우리 어머니는 큰 아들인 형님 목사님이, “어머니가 노년까지 잘 사시다가 주무시던 중에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는 복을 받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 주었다고 흐뭇해 하셨다. 


형님의 덕스러운 기도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머니는 팔십 중반까지 건강히 사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신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편안하게 돌아가신 복을 받으신 걸로 생각한다.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진주대학 병원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급히 한국에 나가 울산에 있는 친구 임목사님에게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날 것 같아 한국에 나왔다고 하니, 임목사님은, “슬퍼겠지만, 회복이 안된다면, 후유증으로 요양병원에서 몇년이나 고생하며 가족들에게 부담주는 것보다, 돌아 가시는 것도 나을 수도 있다.”고 위로를 해 주었다.


나는 병원의 채플린이자 교회의 목사이지만, 기도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병을 낫게 하는 것은 하나님과 의사의 영역이고, 채플린은 병을 낫게 하는 (cure) 일을 하는 게 아니고,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 (care)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기도로 병을 고친다고 주장하는 부흥사들은 부흥회에서만 병을 고치지 말고, 환자가 많이 있는 병원에 와서 의사 입회하에 기도로 병을 낫게 했다는 의학적인 증거제시를 하면 좋을텐데, 그랬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기도로 병을 낫게 한다는 부흥사나 목사들도 자기들이 아프면 기도로 병을 고치지 않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거나 입원을 한다. 


얼마전에 나의 신학대학 동기인 이목사가 뉴져지에서 성실하게 목회활동을 하다가 췌장암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그 친구는 회복을 구하는 기도를 했고, 주변의 교인들과 동기 목사들에게 기도 부탁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목사의 회복을 위해 기도를 했지만 이목사는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고 기도 부탁을 안 한다. 이유는 바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민폐를 끼치기 싫고, 기도한다고 해서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를 열심히 해도 죽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나는 “죽을 사람은 기도해도 죽고, 살 사람은 기도 안 해도 산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 하는 기도는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드렸던 기도, “아버지여,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따르게 하소서”이다. 미국의 흑인 테니스 스타 Arthur Asche는 불치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게 되었을 때, “하나님, 살려 주세요”란 기도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왜 하나님께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고 기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Arthur Ashe는, “기도는 내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하나님께 비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그 뜻에 순응하는 마음을 구하는 것이라고 주일학교에서 배웠다. 내가 죽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죽는 날까지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God’s will alone matters, not my personal wants or needs. – Arthur Ashe) 그는 49세의 젊은 나이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았다.


오늘 아침에 팔순의 백인 노인 Tom의 병실에 갔다가 안부를 물었더니, Tom할아버지는 “내 아들이 62세를 일기로 식도암으로 6개월전에 죽었다. 회복가능성이 없는 암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의료진들은 연명치료에만 매달려 환자와 가족의 고생이 너무 심했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지 의문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우리 병원에서 의사와 채플린,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 윤리위원회의 회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환자에게 연명치료를 하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고통과 경제적인 부담을 안게 하는 것 보다, 통증완화치료에 촛점을 맞추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하고, 남은 시간을 인생을 정리하고 하늘나라로 갈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Tom할아버지에게, “아드님이 이 세상의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시라”고 위로를 해 드리며, “만약, 내가 말기암 환자가 된다면, 희망 없는 연명치료나, 생명연장을 구걸하는 기도를 드리기 보다, 스위스나 행 비행기표를 한장 사서 거기 병원에서 안락사하는 것을 택하고 싶다. 하나님도 이해해 주시리라 짐작한다.”고 했다.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며, 스스로의 인생을 마감할 수 있는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미국에서도 Washington, D.C, California, Colorado, Oregon, New Jersey, Hawaii등에서 허용된다고 한다.


돈 없고 보기 싫은, 늙은 부모님이나, 판단력이 흐려진 치매환자들, 사회의 말썽꾸러기들을 안락사 시켜 버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락사에 대한 결정은 신중해야 할 것이나,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것 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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