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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생은 나그네길”

2025.03.19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March 19, 2025)


                                                         “인생은 나그네길”


내가 일하는 병원에 파트 타임 채플린들이 여럿 있는데, 다 백인들이고, 유색인종은 흑인 침례교 목사인 드미트리와 동양인 목사인 나 뿐이다. 한번은 드미트리가 나한테,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백인 간호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에서 무슨 말을 했는데, 간호사는 내가 한 말이 불편하게 느껴 졌다고 매니저에게 보고를 하는 바람에, 매니저인 사울이 나한테 “여자 간호사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말을 좀 조심해 달라”는 주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괞히 친한 척 하려고 말을 함부러 했다가 오해를 받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수도 있으니,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헛소리를 안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에 50대 후반의 흑인 남자 환자를 방문하여 그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브래들리라는 이름의 건장한 체격의 그 환자는 30년전에 있었던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제대한 미해병대 출신이라고 했다.


사담 후세인이 화학 무기를 살포하여 쿠르드족 수만명을 죽이고 대규모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서방에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져,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벌여진 이라크 전쟁에 투입되었던 브래들리는, “후세인이 사용한 화학무기는 원래 미국이 후세인에게 보내어 주었던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저질렀던 흑역사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였다.


브래들리는 전쟁터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해병대원들이 많이 죽었다고 하며 자신도 복부에 큰 총상을 입고, 야전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이태리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캘리포니아의 군인병원에서 일년간 재활치료를 받은 후 제대를 했다고 했다고 했다.


브래들리는 아내랑 브래들리라는 이름의 아들을 낳았으나, 아내는 알콜 중독이 심해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다른 여자와 재혼하여 딸을 셋 낳았으나, 두번째 결혼도 이혼으로 끝을 맺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때 입은 총상으로 췌장의 절반이 날아가는 바람에,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여 그 때부터 당뇨병자가 되어 매일 두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어떤 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과 마리화나 담배를 피웠는데, 새벽에 식은 땀이 나고, 쓰러질 것 같아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의사가 피검사를 통해 “마리화나 성분과 함께, 코카인 성분과 강력 진통-마약제인 펜타놀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마리화나 자체는 크게 나쁜 성분이 없으나, 

길거리에서 파는 마리화나 담배에는 강력마약성분을 추가로 뿌려 넣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브래들리는 “오늘이 27살 먹었던 내 아들, 브래들리가 권총자살을 한 지 일년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키가 2미터에다가 몸무게가 140킬로 (280파운드)나가던 건장한 내 아들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아들이지만, 나랑 권투 스파링, 농구를 같이 하던 나의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왜 갑자기 내가 호신용으로 사 주었던 권총으로 집에서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죽기 이틀전에 새 차를 사서 좋아 하던 아들, 두 여자 친구에게 임신을 시켜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들떠 있던 아들이 왜 갑자기 자살을 했는지 알 수 없어 지금도 마음이 괴롭고 우울하다고 했다. 아들 자살이후 브래들리는 우울증과 자살충동때문에 입원을 세차례 했으며, 지금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서 태어난 손자가 있지 않느냐? 손자에게 정을 붙이고 살면 안되겠나? 아들이 권총 자살했을 때에는 나름의 내면의 고통과 번민이 있지 않았겠나? 맨정신에 자살했겠느냐? 아버지에게도 말 못할 우울증과 고민이 심했길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겠나? 나는 아들이 자살했다고 지옥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유명한 Rick Warren목사의 외동아들도 우울증에 시달리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권총자살을 했을 때, Saddleback 교회의 교인들이 Rick Warren목사 부부나 자살한 아들을 정죄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인들이 릭 워렌 목사 부부에게 위로의 인사로 슬픔을 달래어 주었다고 한다”고 했다.


내 생각으로는 “하나님이 자살한 아들에게 “너 남에게 말못할 고민이 많았겠구나. 나는 이해한다. 나는 용서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이제 세상에서 겪었던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나,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어라”고 말씀하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브래들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서 아들이 이런 말을 해 주는 것을 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아버지, 갑자기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떠나와 아버지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어 미안했어요. 이제 더 이상 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이제 나는 세상에 살던 인간이 아니예요. 나는 하늘나라의 천사로 다시 태어나 편안히 잘 살고 있으니, 아버지 건강을 보살피며, 남은 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다 하늘나라로 오세요.” “아들이 이런 말을 할 것 같다”는 말을 해 주고 병실을 나왔으나, 브래들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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