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March 27, 2025)
"나의 짧았던 우버 운전 이야기"
아내가 그랜드 캐년을 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작년 여름에 교회에서 휴가를 얻어 라스 베가스와 그랜드 캐년을 관광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더운 날씨에 혼잡한 라스 베가스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아,우버 앱을 통해 우버 택시를 타고 다녔다.
아내가 팁을$5을 주라고 해서 짧은 거리에도 팁을$5씩 주니,우버 택시비가 많이 나갔다.나는 우버 택시 운전수들에게“수입은 괞챦은가?일하는 시간은 누가 정하는가?세금 보고는 어떻게 하는가?”등을 물어 보았고,나도 호기심에서 우버 운전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우버 드라이버 앱을 받아 놓고,내 사회보장 번호,주소,운전면허번호,자동차 보험 정보,자동차 소유 증명 등의 정보를 입력하자 마자 나도 내 차로 우버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버 드라이버 앱을 켜 놓고 내 차를 타고 집에서 나오니 손님들로 부터 우버 서비스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주로5마일 안팎의 짧은 거리였다.기름값 외에 밑천도 들이지 않고,내 차로 손님들을 실어다 주며 용돈도 버는 재미가 있었다.
한국사람이 미국에 와서 승객의 요금을 받으며 내 차로 미국 시내관광을 한다고 생각하니, “꿩먹고 알먹고,도랑치고 가재잡는,일거양득”으로 느껴졌다.
나는 백인 교회 목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흑인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우버 운전을 하면서 내 고객들은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 이어서 흑인들과 가까이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우버 운전을 몇달간 해 보니 이제는 고객의 인종만으로도 고객의 목적지를 거의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밀와키의 안과 밖으로 운전을 해보니, “밀와키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도시”라는 말이 떠 올랐다.밀와키 다운타운의 북쪽지역은 가난한 흑인 밀집지역이고,남쪽지역은 가난한 히스패닉 동네이고,미시간 호수변과 안락한 외곽지역은 거의 백인 밀집지역임을 알게 되었다.
내 우버 서비스를 요청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차가 없는 가난한 흑인들로,밤새공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가는 공장 노동자들이거나,아침 일찍 맥도날드,타코벨, Wendy’s, KFC, Walmart, Pick N Save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이거나,유치원 교사,간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흑인밀접지역에 밤에 우버운전을 가면 공기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는데,그 냄새는 흑인 젊은이들이 즐겨 피우는 마리화나 냄새인 것 같았다.흑인 젊은 손님들이 내 차에 타면,마리화나 냄새가 종종 났다.그래서 한번은 흑인 젊은이에게 마리화나를 피우느냐고 물었더니, “마리화나 피워서 나쁠 게 없다.진통효과도 있고,신경을 안정시켜 주고,실실 웃게도 만든다.한번 피워 보라”고 했다.나는“겁이 많아서 그런 것 못한다”고 했더니, “요즘은 젤리형태로 나온 것도 있으니 먹어 보라”고 했다.
한번은 우리 교회 교인이 내 차로 교회에서 자기 집으로 좀 태워달라고 해서,교인을 태우고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우리 교인이 내 차에 배어있는 마리화나 냄새를 맡고, “얌전한 목사인줄 알았는데,마리화나 피는 목사구나”로 생각 할까봐 염려가 되었다.
흑인 밀집지역에 자주 가 보고 종종 느낀 점은 아버지없이 미혼모,이혼녀 밑에서 크는 흑인들이70프로 이상되는 것 같았다.며칠전에는32살의 젊은 흑인 젊은이를 태우고 가는데,결혼했느냐고 물었더니 결혼한 적이 없다고 했다.아이들은 있느냐고 물었더니,두 여자친구에게서 자식 넷을 낳았는데,지금은 그 여자친구들과 헤어지고,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이렇게 아버지 없이 크는 흑인들은 제대로 양육과 교육을 받지 못해 가난의 대물림,가난의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것 같았다.
손님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15년된 내 중고차를 팔아 버리고,요즘 인기있는 전기차를 샀다.내가 오래된 중고차를 몰며 우버 일을 할 때는 손님들이 나를 좀 무시한다고 느꼈으나,근사한 전기차로“자부심을 갖고 봉사한다” (Serve with pride)고 생각하니,우버 일하는 게 더 즐겁게 느껴졌다.
우버 일은“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일”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시간을 많이 쏟아 붓는 만큼 수입이 조금씩 늘었다.그런데, “욕심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돈 벌 욕심에 잠 잘 시간을 줄여 우버 운전을 하다보니 드디어 사달이 났다.
어느날 아침5시에 일어나 공항에 가는 손님을 싣고 가다가 피곤하여 하품이 나오고 졸음이 쏟아 졌다.졸지 않으려고 목을 문지르고,얼굴을 때리며 운전하다가 잠시 고개를 까닥하며 졸았던 것 같다.그래도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트렁크에서 가방을 손님에게 전달하며, “여행 잘 하시라”고 인사를 했는데도,손님이 화가 난 듯이 보였다.
그 다음날,우버 일을 가려고,우버 앱을 켜니, “우버운전불가”라는 메시지가 떴다.어제 그 손님이 우버 회사에 메시지로, “졸음운전을 하여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 운전자를 혼내어 주세요.”했던 것 같았다.그리하여,나는 우버회사에서 쫓겨나 거리에 나앉게 되지는 않았고,우버의 경쟁회사인Lyft로 갈아타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