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March 26, 2025)
“기독교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우리 교회에 Richard와 Janet이라는 백인 노부부가 있다. Richard할아버지는 고등학교 물리선생으로 일하다 은퇴한 후 자신의 재능인 집수리, 기계 수리등의 기술을 살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달려가 자원 봉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영감님이시다.
부인인 Janet 할머니는 인근학교에서 일정기간이 지나도 찾아 가지 않는 학생들이 벗어 놓고 간 운동복이나 운동화, 겨울 외투 등을 받아 와서 집에서 세탁하고, 수선하여 가난한 나라의 학생들에게 보내어 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노부부는 홍수피해를 당한 미시시피주나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당한 루이지애나주, 동유럽국가인 아르메니아에 자원봉사 선교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다.
얼마전에 우리 교회의 40대의 백인 독신남자 교인인 잭이 집의 계단에서 중심을 잃고 지하실로 굴러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노총각은 몸무게가 780파운드 (350kg)이라는 초고도 비만이어서, 혼자서 일어날 수 없었고, 소방서의 소방대원 9명이 달라붙어 한시간 넘게 걸려서야 겨우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잭이 발목 골절상 치료를 위해 6주간 입원해 있을 때, 입원비가 만만챦게 나올 것 같아 우리 교회에서는 잭을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기로 했는데, 대부분 소액 기부였으나, 리쳐드와 제넷 노부부가 거액인 $6,000의 수표를 보낸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리쳐드 할아버지는 잭이 주일학교 학생 때 주일학교 선생으로 잭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이번에 병원비로 잭이 어려움을 당할 것 같아 도와 주고 싶어서 후원금을 보내었다고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겸손하고 친절한 리쳐드 할아버지와 자넷 할머니에게도 자넷 할머니의 건강문제로 힘들어 할 때가 있었다. 자넷 할머니는 당뇨병과 신장결석증으로 병원신세를 자주 지고 있다.
며칠전 신장결석 제거수술을 받게 된 자넷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병원 심방을 간 적이 있었다. 수술대기실에 도착하자, 노부부와 그분들의 40대 외동딸인, Marie가 나를 반겨 주었다. 수술담당 의사가 들어 와서 Janet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며, “또 다른 가족이 오느냐?”고 물었더니, Janet 할머니가 “손자, Sammy가 있는데 학교 가느라 못 온다”고 하면서, “우리 손자는 이 우주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 (He is the cutest and sweetest boy in the universe.)”라고 했다.
그러자, Janet의 딸인 Marie가 웃으며, “엄마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에요.” (She is not wrong.)이라고 했다. “이중부중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처럼, Marie는 “우리 아이가 우주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할머니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며, 강한 긍정의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이 분들이 참 훌륭한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Marie의 외동아들이자, 이 노부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손자인, Sammy,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임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운증후군 아이가 태어나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운증후군 아이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가족의 불행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 목소리로, “우리 아이는 우주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Richard 할아버지는 주일 낮 예배 시작을 알리는 교회의 큰 종을 밧줄을 당겨서 치는데, Sammy가 교회에 오는 날에는 할아버지와 여덟살 먹은 손자가 함께 교회 종을 치는 모습을 보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흐뭇해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프랑스의 문호 Victor Hugo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To love another person is to see the face of God.)고 했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를, “우주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사랑을 듬뿍 쏟아 붓는 Sammy의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의 도를 통한 “도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Janet할머니의 신장결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난주에는 지팡이를 짚고 주일 낮 예배에 참석한 것을 보았다. 예배를 마친 후, 제넷 할머니가 “수술전에 병원에 심방와서 기도해 주어 고마웠어요. 지금은 잘 회복되고 있어요.”하는 인사를 해 주었다.
이런 천사와 같은 교인들을 보면서, 나는 “기독교가 아직 망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