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생은 모험여행”

2025.04.04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April 4, 2025)


                                                                     “인생은 모험여행”


"게으른 사람은 석양에 바쁘다”는  핀잔섞인 말이 있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는 지금 어느 때 보다 더 인생을 활기차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젊었을 때는 “나는 왜 우울한가?”하는 한가로운 생각을 하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지만, 요즘은 내 인생의 전성시기를 맞은 듯, 교회와 병원과 밀와키 시내를 오가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밤에 쉽게 골아 떨어져 수면제가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미국인 교회에는 4년째 접어 들었으니, 매주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약간의 부담외에는 모든 것이 편안한 상태에 접어 든 것 같고, 병원일은 죽어가는 미국인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 정서적, 종교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쉬운 일인데도 봉급을 주니, “신이 나를 위해 감추어 둔 직장이구나”생각하며 고마와 하고 있다.


교회일과 병원 일 외에도, 아침에 조깅도 하고, 친구 목사들이랑 골프도 치고, YMCA에 가서 수영도 하며, 그래도 남는 자유시간에는 내 차를 몰고 가난한 흑인밀집지역에 가서 차가 없는 사람들을 실어다 주는 자가용택시 Lyft일을 하고 있다.


아내는 “먹고 살만한데 왜 위험부담이 많은 영업택시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리고 있지만, 나는 “조심할테니 염려마라.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내 눈에는 길바닥에 5불짜리 10불짜리가 널려 있어서 가서 줍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가난하게 살아 봤느냐? 나는 가난해 봤다. 가난이란 영혼을 피폐하게 하고, 심지어 가족간의 우애도 파괴하는 것을 나는 체험해 봤다. 영주권이 없을 때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시민권이 있으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한국말에 “중이 고기맛을 보면, 절에 파리가 남아 있지 않지 않는다”란 말이 생각났다. 채식주의자인 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있는 파리마저 잡아 먹는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물욕을 멀리해야 할 목사가 돈벌이에 환장하여 직업을 세개나 갖고 있으니 나는 돈독이 잔뜩 오른 목사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나는 한국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 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가 된지 40년쯤 되지만,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군목생활을 한 것 외에는 한국인 교회에서 목회를 한 적이 없으니, 나는 지난 30년간 미국사람들에게서 돈을 벌어 살고 있는 셈이다. 


백인 교인들이 내는 헌금에서 봉급을 받고, 병원 채플린 일로 부수입을 벌고 있고, 흑인 승객들로 부터 용돈을 벌며, 은퇴후를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 감리교 운동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레는 감리교인들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이 벌라. 할 수 있는 한 많이 저축하라. 할 수 있는 한 많이 베풀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Earn as much as you can. Save as much as you can. Give as much as you can. – John Wesley)


하나님께 가난을 해결해 달라고 백날 기도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하나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축복해 주신다고 믿는다. 성 어거스틴도, “하나님 없이 우리 힘만으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 힘을 보태지 않으면, 하나님은 아무 일도 안 하신다.”고 했다. (Without God, we cannot. Without us, God will not. -St. Augustine) 훌륭한 성취는 하나님과 사람의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내 차로 택시운전을 하며 그간 약 천명정도의 승객들을 태워다 주었다. 승객들에게 내가 “교회 목사인데 부업으로 자가용택시 운전을 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며칠전에는 침례교 목사가 모는 우버택시 탔는데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정말 목사맞느냐?고 물은 후, 자기속에 담고 있는 실연의 아픔을 얘기하며 우는 여자도 만나 보았고, 암치료를 받고 있다며 기도를 해 달라는 암환자들도 만나 보았다.


어떤 흑인 젊은이는 내가 목사인 것을 알고, 인생 조언을 해 줄 수 있느냐 묻길래, “술, 담배, 마약을 멀리 하라. 자신을 위해 절약하고 저축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미니설교를 해 준 적도 있고, 흑인 청춘남녀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나한테,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고 할 때, “서로 친절하라”는 말을 해 주었는데, 나부터 실천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손님들 중에는 “명함이 있느냐? 주일 날 교회에 참석하겠다”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직 교회에 나온 사람은 없다.


며칠전에는 휴스턴에 사는 한국인 청년이 학비를 벌려고 늦은 밤에 Lyft 운전을 하다가 택시 강도의 총을 맞고 사망한 일이 있었다. 같은 한국사람이자 Lyft 운전자로서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버나 리프트 운전은 목숨걸고 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헬렌 켈러가, “인생은 어차피 모험이며, 모험이 없는 인생은 인생도 아니다.”란 말을 했듯이, 나도 위험에 굴하지 않고 모험적인 인생을 계속 살아갈 참이다. (Life is a daring adventure or nothing at all. – Helen Keller)



                                                                       LIFE IS EITHER A DARING ADVENTURE OR NOTHING AT ALL. - HELEN KELL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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