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隨筆]
한시(韓詩)에 대하여
필자는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문에 호기심을 느껴 머릿속에 그저 늘 생각만 해 오다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나서는 한시(韓詩)를 작시하는 것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 필자는 그간 의도적으로 중국의 漢詩(한시) 보다도 한국의 韓詩(한시)를 중심으로 한시의 독창성을 먼저 파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독학을 해 왔다. 특히, 이번 여름에 아내가 한국에서 사온 ‘문학의숲’ 출판사에서 발간한 김영석 편역의 ‘한 번은 읽어야 할 우리 고전 명시’를 읽고 평소에 우리 나라의 한시에 대해 전체적으로 느끼거나 새로 알게된 것, 그리고 나름대로 내가 생각한 것들을 간단하게 항목별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 되었다.
- 우리 나라 한시의 역사는 기록상으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알게 되었다. 그 시대에 작시된 한시로는 고조선의 나루터 뱃사공 곽리자고의 아내인 麗玉(여옥)이 지은 다음의 空篌引(공후인)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 온다.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將奈公何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장내공하
님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그러나 님은 마침내 저 강 건너 저승으로 돌아가셨네.
아아 님이여, 이제 나는 어찌 하오리.
- 본격적인 우리나라의 한시 작시는 당나라에 유학한 고운 최치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 한시의 작가 중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섬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배를 당하거나 억울한 일로 죽은 사람들에 의해 씌여진 한이 서린 시가 많다.
-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고, 자연물의 대상으로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난초, 국화 등과 같은 꽃과 나무, 물고기, 기러기, 학 같은 동물, 해와 달과 그리고 별, 바다, 비, 안개, 산과 계곡, 폭포, 연못, 평야와 같은 자연환경 등이 자주 등장한다.
- 비자연적인 인공물로는 대문, 담장, 섬돌, 초가집, 누각, 정원, 성(城)과 같은 건축물과 선박 등이 많이 언급된다.
- 뛰어난 여류시인이 꽤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번에 필자가 읽은 책을 통해서만 파악한 사람만 하더라도 김부용당 운초, 김삼의당, 서영수각, 설요, 신사임당, 여옥, 이매창, 이옥봉, 장정부인, 허난설헌, 홍유한당, 그리고 황진이가 있다.
- 기록의 양과 작가의 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때 작시된 한시가 가장 많다.
- 한시에 씌인 한자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가 많다. 이는 한자 사용의 현대화에 있어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 작자가 한시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자연 뿐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삶, 내면의 심정, 역사적 사실, 철학, 세태풍자, 해학 등 다양한 주제가 보인다.
- 중국의 고사와 연관하여 한시를 작시한 것들이 많으나, 시대가 흐름에 따라 우리 나라의 주체적 성격의 한시가 점차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 필자 개인적으로 특히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본 한시 작가로는 고운 최치원, 간이 최립, 매월당 김시습, 다산 정약용, 난고 김병연(김삿갓) 등이다. 각 작가마다 자신만의 뛰어난 특질과 문학세계를 나름대로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 최치원은 본격적인 한시의 시조(始祖) 작가로서, 최립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 것은 물론 중국의 고사를 해박하게 언급한 한시와 중국과의 외교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의 배경적 묘사, 매월당은 자연과 철학에 대한 사색, 정약용은 세태를 풍자하는 위국애민의 한국적 정서의 한시, 그리고 김병연은 해학과 풍자를 한글까지 섞어서 거리낌 없고 자유분망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하겠다. 이는 단지 필자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고, 언젠가 현존하는 모든 한시 작가들의 한시들을 완전하게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세밀한 분석을 하게 된다면 더욱 흥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의 한시는 한국인에 의해 작시된 시만을 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