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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억울한 며느리

2023.02.02

 



              억울한 며느리 


 우송(牛松)은 중국 한나라 때 유명한 옥관(獄官)이다. 현(縣)의 옥리(獄吏)가 되어 판결을 잘했다. 그는 동해(東海)란 땅의 효부의 원한을 씻어준 일로 유명하다. 동해에 사는 한 여인이 자식도 없이 과부가 되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기도 전 남편이 원인 모를 급살을 맞아 죽은 것이다. 홀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몇날 며칠 식음을 전폐하고 서로 끌어안고 슬픔에 잠겨 통곡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친부모처럼 공경했다. 가난한 살림이라 먹거리도 대기 어려웠으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품을 팔아 음식을 장만하여 시어머니를 먹였다. 


시어머니는 늙은이로서 며느리에게 폐를 끼치는 게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자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수척해진 몸으로 고된 일에 시달리는 며느리가 너무도 안타까워 시어머니는 잘 못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며느리가 일 나간 틈을 타서 목을 매어 자살을 한 것이다. 며느리는 이 황당스러운 사건에 매우 비통해 하고 있었는데 이웃 사는 못 된 시누이가 그나마 남겨진 다 쓰러져가는 집이 탐이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학대해 시어머니가 이를 비관해 자결했다고 무고를 하였다. 태수가 며느리를 체포해서 자백을 받으려고 무수한 고문을 가했다. 시누이가 태수를 매수 했기에 그 고문이 가혹했다.


죄를 날조해 죽이려는 심산 이였다. 이때 우공이 적극 나서서 며느리의 억울함을 애써 변호했으나 결국 구해내지 못하여 안타깝게도 며느리는 죽음을 당했다. 그 뒤 갑자기 고을 안에는 계속 타는 듯한 가뭄이 들었다. 후일 태수가 와서 그 까닭을 물으니 우공은 그 효부가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신임태수는 사건을 재조사 하게 되었고 사건을 조작한 시누이를 무고죄로 처벌하고 며느리의 무덤에다 제사를 지내고 비석을 세우니 신기하게도 하늘에서 금방 비가 내렸다. 그래서 동해효부(東海孝婦)란 숙어가 생기게 되었다 한다. 억울하게 죽은 효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와 유사한 사연이 기억난다. 박여사님은 결혼 한지 몇 년 안 되어 의사였던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역시 젊어서 과부가 되어 오직 남매를 키워온 홀시어머니는 청상과부의 고통을 아는 지라 손자는 자신이 키울 테니 재가를 하라고 며느리에게 수도 없이 권했다. 평소 친딸처럼 며느리를 아껴주던 시어머니였다. 박여사님은 단호히 거절했고 친어머니처럼 홀시어머니를 모셨다. 다행이도 가세는 궁색치 않아 큰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이들을 보고 말하기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쌍과부집’이라하며 수군거렸다. 남편이 하나 남긴 외아들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에 정성껏 키워졌고 아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서 아빠처럼 의사가 되었다. 


박 여사에게는 손위 시누이가 하나 있었는데 이 시누이가 이른바 ‘개고기’였다. 어릴 때부터 말썽이란 말썽은 다 부리고 다녀 어미 속을 썩이더니 커서도 이놈 저놈 만나 살림을 차렸다 파했다 를 반복했고 툭하면 어미를 찾아와 돈 대달라고 깡짜를 부리곤 했다.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나온 보험금 까지도 욕심을 내서 행패를 부려 상당한 액수의 돈을 뜯어가기 까지 했었다. 이러면서도 명색이 시누이라고 친정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이런 저런 못된 시누이 역할을 다했다. 오죽하면 친정엄마 인 시어머니가 “이년아 다시는 이집에 오지마라!”라고 했을까? 시누이가 뭐라하든 시어머니는 늘 박여사님 편이였다. 이렇게 사리 분별이 명확하시던 시어머니가 연세 80세가 넘자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엉뚱한 소리를 가끔 하시고 옛날일과 현재 일을 헷갈려하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연세가 많으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게 심해졌다. 치매가 오고 만 것이다. 평생 그렇게 깔끔하시던 양반이 며칠째 잘 씻지도 않고 조용조용하고 온순했던 성격도 바뀌어 쓸데없이 말이 많아지고 툭하면 화를 내곤 했다. 시누이에게도 며느리 흉을 보며 없는 말도 지어내곤 했다. “저년이 요즈음은 밥도 안준다! 내가 며칠을 굶었는지 몰라! 저년이 가끔 나를 막 때린다. oo야! 나 좀 살려줘라!” 딸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자기 엄마가 노망이 들어 하는 헛소리인지 뻔히 알면서도 시누이는 욕에 욕을 하며 박 여사님을 들들 볶았다.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 자기가 엄마를 모실 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돈을 뺏어내려는 수작임이 뻔한데 이에 응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어느 날인가 경찰에 노인을 폭행하고 학대했다는 고발까지 했다. 혐의는 벗었지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고생을 하자 박여사님도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다.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돌아오던 날 필자를 찾아 “돌아가실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손으로 모시려 했는데 결국 이리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시누이 등살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요.”하시며 눈 물 짓는 박 여사님에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듯이 박 여사님 같은 효부가 세상에 어디 흔합니까? 정말 최선을 다하셨으니 죄책감 같은 것 느끼지 마세요!”라고 위로해 드렸다. 효도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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