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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허망한 죽음

2022.04.13





                허망한 죽음

  2014년 12월12자 신문에 자수성가형 거부의 상징이던 영국의 슈퍼리치 스콧,영(52세)의 사망기사가 실렸었다. 맨손에서 출발하여 40대 초반 경, 우리 돈으로 3조원대의 자산가가 되었는데 부동산 투자가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한끼 밥값으로 5000파운드(약860만원)정도를 쓸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2006년경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하였고 ‘돈 떠나면 부인도 떠난다’는 속설대로 부인과도 이혼하게 되었는데 이 이혼과정이 추잡했다고 한다. 스콧,영은 “투자 실패로 돈이 없다”고 했고 부인은 “위자료를 안주려고 돈을 숨겼다”고 맞선다. 결국 부인이 고용한 대규모 조사팀에 의해 아직도 돈이 남아 있음이 밝혀졌고 거짓 증언한 죄로 6개월간 투옥생활을 하는 수치도 겪으며 조금 남은 돈마저 상당부분 빼앗기고 몰락한다. 8년에 거친 망조가 든 추락이었다. 결국 세든 집 4층에서 뛰어내려 죽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철책위로 떨어져 시체수습을 위해 철책을 잘라내는 수고까지 시킨다. 수습과정이 ‘끔찍한 광경’이였다는 증언도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필자의 옛 지인(知人)이었던 K형이 떠올랐다. K형은 필자가 산사(山寺)에 머물며 한창 공부에 열중할 때 만난 친구다. 산사에 몇 달 잠깐 머물며 공부를 하다 이내 포기하고 산을 떠났는데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당시 벤처 열풍이 불 때 지문인식 보안상품을 개발하여 국가 안보기관 등에 납품하게 되었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말 그대로 갑자기 떼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에 열중하였다. 갑자기 엄청나게 큰돈을 벌자 사람이 좀 변한듯했다. 예전에는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매우 호탕하고 말을 시원시원하게 많이 하는 쾌남아 스타일로 바뀌어 있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성격도 바뀌었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들떠 있는 듯싶어 불안해 보였다. 바뀐 모습이 필자의 스타일하고는 맞지 않아 차나 한잔 나누고 자리를 일어서려 했으나 굳이 식사를 하며 술을 한잔 하자고 매달리는 거였다. 


호주가인 필자도 마침 산에서 오랜만에 내려왔기에 오랫동안 접하지 못한 술이 고팠던지라 마지못해 동의하고 그의 차에 올랐다. 고급 승용차 뒷자석에 함께 앉자 기사를 시켜 고급 음식점인 곳으로 가라한다. 예전에 필자도 사업할 때 가 본적이 있는 강남 삼성동의 고급 한정식 집이였다. 지금 언뜻 기억하기로 한 명 당 20만원 쯤 요금을 받던 집이였다. 이곳에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필자에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달란다. 이때만 해도 아직은 필자의 공부가 무르익지 못했고 스승님으로부터도 “여물지도 못한 주먹 함부로 내질르면 다치는겨! 이러쿵 저러쿵 아는 소리하면 못쓴께 입 다물어야 현다!” 라는 충고도 있었기에 아직은 남의 운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의 실력이 못된다며 정중히 거절을 했는데도 자꾸 추켜세우며 감정을 요구한다. 


빨리 밥값(?)하라는 식으로 느껴져 순간 불쾌했지만 애써 누르고 앞으로 이이의 운을 짚어보았다. 구지건의 쾌(卦)가 나온다. ‘록목구어 사사다대’의 운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경거망동하는 행동이 화를 부른다. 여기서 멈추어야한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들어가는 격’으로 온전치 못한 행동, 엉뚱한 욕심을 경계하는 卦象(쾌상)이다. 필자 왈 “아직은 여물지 못한 실력이지만 K형이 하두 간청하시니 쾌는 뽑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룬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진격은 멈추어야 한다는 쾌입니다. K형이 지나친 욕심을 부려 ‘물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간다’는 격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위태롭게 몰고 간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내실을 다져야지 더 큰 욕심을 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까불다가(경거망동) 쫄딱 망한다는 운입니다.” 라고 한 뒤 말을 마치고 조용히 앉아 있으니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욕설이 터져 나온다. 


“야 이새끼야! 그래도 옛날 좋은 감정이 있어 대접하고 격려의 말을 들으려했더니 격려의 말은 못해주고 재를 뿌려 이 새끼 이거 정말 재수없는 새끼네!” 라고 막말을 한 뒤 상을 엎어버린다.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에 종업원들이 달려오고 난리가 났다. K형은 이곳 단골인 듯 마담까지 버선발로 뛰어와 무슨 일이시냐며 진정시키며 “다친 곳은 없으세요?” 라고 하며 K형만 챙긴다. 정작 봉변당하고 뒤집어 쓴 것은 필자인데 말이다. 필자가 지 성공을 시기해서 앞으로 더 성장하려다 쫄딱 망할 것이라고 악담을 한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이다. 스승님께서 설익은 주먹 내지르다 다친다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오늘 그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필자도 한 성질하는 팔팔한 시기였지만 애써 이 봉변을 참았다. 하지만 K형이 나중에라도 내 충언(忠言)을 이해하고 잘 되기를 바랐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기원했다. 


하지만 나중에 주위 사람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다. 필자가 한국을 떠난 뒤에도 K형은 사업이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그러다 벤처열풍이 식기 시작하자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선 경리부장의 횡령사고가 있었다. 서서히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경리부장이란 자가 회사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 혼자 살아보겠다고 야금야금 경리부정을 저질러 왔던 것이다. 아예 거래업체 직원과 공모하여 높은 단가의 영수증을 떼 주고 차액을 나눠먹는 식으로 장부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식의 부정이었다. 회사가 비틀거리자 은행권에서는 만기어음기일 연장을 칼같이 거부하고 기왕의 융자도 회수에 나섰다. 수금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K형이 자빠지면 외상값 떼먹을 수 있다는 심사에서다. 주어야 될 돈은 칼같이 주어야하고 받아야 될 돈은 최대한 늘어지니 견딜 재간이 없었다. 


여기다 더하여 부인이 바람이 났다. 하필이면 자가용 운전기사 놈하고 붙어먹은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빼돌려 기사놈 배만 엄청 불려주었다. 남편이 돌아온 어음 막으려 눈이 뻘게서 돈 구하려 밤낮없이 뛰어다닐 때 이 여편네는 부지런히 집에 있는 돈 빼돌려 기사놈 주고 밤낮없이 침대위에서 뛴 것이다. 결국 K형은 부도를 내고 도피자가 되었다고 한다. 몇 년 간 법망을 피해 도망 다니다 홈리스 신세까지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영등포역전 부근에서 지인이 K형을 보았는데 겁먹은 얼굴로 황급히 자리를 피하더란다. 결국 K형은 차압으로 빼앗겨버린 80평형 고급 아파트가 마주 바라보이는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사업차 건너온 지인이 필자에게 전한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니 이 소식을 들은지 벌써 십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이다.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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