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

2024.06.01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


내가 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모두 날씬했던 것 같고, 나는 중학교때 “빼빼” 혹은 “KBS (갈비씨)”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당뇨병은 부자들이 많이 먹어서 걸리는 “부자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시골 삼촌집에 갔다가 삼촌이 오줌을 누러 가면서, “당뇨때문에 귀챦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나고, 칠순이던 부산 고모님도 당뇨로 고생하신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에 나도 당뇨전단계이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고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살아야 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그간 좋아하던 밥과 국수, 짜장면, 라면등을 먹지 못해 불편하지만, 그래도 생선과 고기, 채소등은 먹을 수 있어 고맙고, 당뇨예방 차원에서 단 음식을 멀리하니, 건강에 이로운 생활습관을 배우게 되어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최근에 미국신문에 보니, 무식한 엄마가 네살된 딸이 소아 당뇨가 있는 것도 몰랐던지 물대신에 마운틴 듀라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주어서 그 음료수를 마신 아이가 당뇨병성 케톤산증 (ketoacidosis)으로 사망하게 되어 엄마가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설탕이 든 음료수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들었으나, 음료수를 마시고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당뇨가 있는 사람은 물론, 정상인들도 청량 음료수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중환자실에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들이 코에 호스를 꽂고 생사의 기로에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어제도 젊은 청년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가족에게 어떤 일로 젊은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가 물었더니, “아들이 당뇨가 있는데, 당뇨병성 케톤산증때문에 병원에 실려 온 것이라 했다.” 췌장에서 인슐린에 나오지 않는 1형 당뇨환자인듯 했다. 


오늘은 동네 YMCA에 수영하러 갔더니, 어떤 백인 젊은이가 멋진 폼으로 자유형을 하길래 그 옆에 가서, “나는 자유형을 배우는 중인데, 어떻게 그렇게 자유형을 힘차고 빠르게 할 수 있느냐? 부럽다”고 했더니, “대학에서 수영팀에 있었는데, 지금은 40이 되어 운동삼아 수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의 팔의 양쪽에 작은 기계가 부착이 되어 있어, 그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하나는 연속혈당 측정기이고, 하나는 인슐린 자동펌프라고 했다. 그 젊은이는 “15살 때 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는데, 어떤 때는 혈당이 680까지 올라가 혼수상태에 빠져 입원한 적도 있고 대학때는 인슐린 주사를 기숙사에 혼자 놓고 남은 주사기가 방에 늘려 있어서 내 기숙사 방은 마약쟁이가 마약주사 맞고 주사기를 늘어 놓은 방 같이 보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당뇨병을 앓으면서도 대학에서 수영대회에 나갔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50미터와 100미터의 스프린터 전문가였는데, 미국 올림픽 대표였던 Gary Hall, Jr도 1형 당뇨병이 있으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을 보고, Gary Hall을 롤 모델로 삼고 당뇨를 관리하며 수영선수 생활을 했다”고 했다.


자동 인슐린 펌프는 3일에 한번 갈아 끼워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많이 편해 졌다고 했다. 자동 인슐린 펌프는 의료보험회사에서 돈을 내어 주기 때문에 돈은 안드는데, 세달에 한번씩 내분비 전문의를 만나는 비용이 350불 든다고 했다.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심장기형이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심장의 밸브가 셋인데, 아들은 둘만 갖고 태어나서 수술과 치료비가 들어 가고, 아내도 허리가 아파 의료비가 들어 가는데, 다행히 의료보험에서 개인부담액만 채우면, 나머지는 의료보험에서 다 내어 주는 잇점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YouTube에서 미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Gary Hall, Jr가 20대 초반에 1형 당뇨를 진단받고, 그 몸으로 올림픽 선수로 못 나간다는 말을 들었지만, 철저한 관리와 정신력으로 당뇨병 환자인 자신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 것을 회고하며, 금메달 딴 것 보다, 당뇨병을 관리하며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던 자신에 대해 더 대견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의사가 60이 넘은 사람은 “무병장수”를 바라기 보다, “유병장수”를 바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불교의 보왕삼매경에, “내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아라.”고 했다.


중국말에, “일병장수”란 말이 있다고 한다. 몸에 병이 없으면 좋겠지만, 몸에 병이 없으면, 교만하여 실수를 하기 쉬우나, 몸에 병이 하나 있으면, 겸손해 져서 조심스럽게 살게 되므로, 오히려 큰 병을 막아 장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래 살지, 일찍 죽을지는 어느 정도는 사람 하기 나름이겠으나, 옛말에, “인명재천”이라고 했으니, 사람마다 타고난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보고, 하늘의 순리를 좇아서 살다, 하늘이 부르면, “갈 준비되었습니다.” 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여,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하는 기도를 드렸듯이, 우리도 하늘의 순리를 따라, 하늘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두둥실 떠가는 가벼운 깃털처럼 살다가,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 “세상 구경 잘 하고 간다”고 하며 홀홀히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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