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생은 풀과 같다”

2024.07.20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ly 20, 2024)


                                                   “인생은 풀과 같다”


텍사스주의 흑인여성 연방 하원의원이던 Sheila Jackson Lee여사가 방송을 통해, “최근 췌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앞날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고의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하나님이 나를 강건케 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을 한 후, 두 달 만에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읽었다.


췌장암은 5년 생존률이 10% 정도밖에 안되는 무서운 암이라 췌장암 선고는 거의 사형선고와 같은 충격과 공포를 불러 올 것이다. 며칠 전 병원의 원목실에 앉아 있는데, 간호사로 부터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70중반의 백인 할머니 Delores를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받은 후 얼마 있지 않아 Delores할머니의 이웃 할머니라는 Lynn할머니가 전화를 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 주었다. 


“Delores할머니는 팔년전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는데, 슬하에 자녀가 없이 혼자 살았는데, Lynn할머니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이웃에 사는 두 과부가 친구가 되어 같이 봉사활동도 하고, 골프도 치며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Delores할머니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아 힘들어 하니 병실을 방문하여 좀 위로를 해 주라”고 했다.


나는 곧Delores할머니의 병실에 가서 할머니를 만나 보았다. Delores할머니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를 맞아 주었는데, 내가 “종교가 있으십니까?”하고 물어 보니, “카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고, 나름의 영성을 추구하는데, 베트남의 명상 불교 스님인 티크 나트 한 스님을 좋아 한다”고 했다.


나는 “우리 누님도 췌장암이 있었는데요.”하니, Delores할머니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라고 관심을 보였다. “우리 누님은 2년간 암투병 생활을 하다 아쉽게도 작년에 돌아가셨어요.”라고 했다. 나는 “췌장암 생존률이 10% 정도 된다고 하니, Delores할머니에게 생존할 가능성도 있고, 하늘나라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시고, 기적같이 회복이 되시길 바라지만, 앞날을 알 수 없으니, 최선을 다 한 후, 나머지는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겠다는 마음도 가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하셨듯이, 인간의 최선을 다한 후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겨 드리는 것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 성숙한 신앙인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하는 말과 함께 짧은 기도를 드린 후 병실을 나왔다.


오후에는 Joseph이라는 40대 후반의 백인남성이 턱에 생긴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채플린이 와서 기도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Joseph은 퇴원하여 여동생 집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여동생이 나한테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다. Joseph은 미네쏘타주에서 살았는데, 현재 아내랑 이혼소송중이고 항암치료를 받느라 여동생인 자기집에서 지내는데 턱암때문에 말을 잘 못하니, 자기가 오빠말을 알아 듣고 통역을 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병원에서 퇴근하여 집으로 가는 길에 Joseph을 방문했는데,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크고 근사한 집이었다. 내가 “오빠를 보살펴 주는 착한 여동생이라”고 하니, 학교선생이라는 중년의 빼빼한 백인여성인 Kate는 “우리 오빠인데요.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요”하는 말을 듣고, 참 교양이 있고 착한 미국 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는 불상이 여러 개 놓여 있어, “혹시 불교 신자 시냐?”고 물었더니, 종교는 카톨릭인데 교회에는 가지 않고, 불교 명상가인 Thich Nhat Hanh 스님을 좋아 한다고 해서, “나도 그 스님의 자비명상을 좋아 한다”고 아는 척했다. Kate가 오빠에게, “병원에서 채플린이 오셨다”고 하니, Joseph이 방에서 나왔다. 턱암으로 왼쪽 턱이 기형으로 부어 있었고, 말을 할 때 침이 흘러 나와 손수건으로 침을 닦으며 몇 마디 말만 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 보시고, 회복이 되면 좋고, 회복이 안되어 세상을 떠난다 해도, 이 세상의 슬픔과 고통에서 해방되어,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평안과 은총이 있으리라 믿자. 이 암투병의 힘든 순간이 어쩌면 하나님과 가까이 만나게 되는 축복의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며 함께 기도를 드린 후 집으로 왔다. 그 다음날 Joseph으로 부터 방문해 주어 고마웠다는 텍스트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인생의 어두운 골짜기를 외롭게 걸어갈 때 말동무가 필요하면 연락하라. 내가 말동무가 되어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었다.


이번 주는 아내랑 휴가차 그랜드 캐년과 라스 베가스를 방문하고 오늘 집으로 돌아 간다. 며칠전에 내 글을 읽어 주시는 한인 장로님이 라스 베가스에 계셔서 연락을 드렸더니, 몇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장로님과 권사님이 스시집을 운영하시는데 아내랑 나를 식당에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장사하는 집에 가서 저녁을 공짜로 먹고 나오니, 마음이 무척 불편하여 어제는 그랜드 캐년 버스관광을 마치고 돌아 오면서 장로님과 권사님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권사님은 가게에서 일하시느라 못 나오시고 장로님과 샤브샤브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장로님이 우리를 호텔로 태워 주셨다. 장로님은 최근에 몸이 좋지 않다고 하시며, 폐암치료를 받고 계시다고 했다.70대 중반이신 장로님은 “나는 죽는 것은 안 무서워요. 내가 죽으면 목사님이 장례식에 오시지요?”하고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께 “다음번에 라스 베가스에 올 때는 제가 장로님 식당에서 돈 내고 먹을게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주변에 암으로 투병하시는 분들, 암으로 돌아 가신 분들, 암으로 부터 해방되어 건강을 회복하신 분들이 많으니, 암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인생은 풀과 같고, 인생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아서, 풀은 시들고, 꽃은 떨어지나,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는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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